2016년 MBC에서 방영된 ‘W - 두 세계’는 현실과 웹툰 세계가 교차하는 설정을 기반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스릴러와 로맨스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준 작품이다. 상상력을 극대화한 설정과 치밀한 서사 구성, 그리고 캐릭터 간의 감정 밀도가 결합되어 방영 당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이 글에서는 'W'가 보여준 세계관의 창의성, 인간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확장성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해 본다.
웹툰과 현실의 경계 허물기
‘W - 두 세계’는 웹툰 속 캐릭터가 자아를 인식하고 현실 세계로 넘어온다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극 중 주인공 강철은 인기 웹툰 ‘W’의 주인공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허구임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현실 세계의 여주인공 오연주는 웹툰 작가의 딸로, 강철을 살리기 위해 만화 속 세계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차원 간 충돌 서사가 시작된다. 이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로 치부하기 어렵다. 웹툰이라는 ‘가상 세계’가 현실을 침범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 역시 누군가가 설정한 서사 속은 아닌가 하는 존재론적 의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기 때문이다. 특히, 극 중 강철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은 단지 스토리의 전개를 넘어서, 가상의 존재가 자아를 인식하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이는 인공지능, 메타버스 시대의 정체성 문제와도 맞닿아 있으며, 드라마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철학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W'는 단순한 장르 혼합물이 아니라, 미디어 서사의 경계를 확장한 실험적 시도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자아 인식과 운명에 대한 저항
‘W’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캐릭터의 자율성에 대한 고민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강철은 처음에는 작가가 그린 설정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점차 그는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스스로 형성하고, 결정권을 가지며 ‘창조자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는 종교적, 철학적 관점에서 인간 존재와 창조자의 관계를 은유하는 장치로도 해석 가능하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주어진 환경과 조건 안에서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도 스스로의 의지를 발휘하고,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존재이다. 강철은 그 과정을 스스로 겪으며 성장하고, 작가(즉 창조자)에게 저항한다. 이는 곧 정체성의 확립과 운명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며, 드라마적 서사를 철학적으로 한층 깊게 만든다. 또한 오연주 역시 단순한 ‘현실인’이 아닌, 스토리를 움직이는 제2의 창조자 역할을 하게 되며, 스토리의 서사를 바꾸는 ‘개입자’로 진화한다. 이러한 구조는 시청자에게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정해진 이야기 속에서도 선택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W’는 인물의 감정선을 통해 정해진 서사 구조를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 본능과 창조의 본질을 탐구한 서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장르를 뛰어넘는 서사 확장성
‘W - 두 세계’는 단순히 스릴러나 로맨스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두 장르의 긴장감과 감정을 동시에 유지하면서도, 미스터리, 추리, 액션, 감성 드라마의 요소까지 적절히 결합한다. 이러한 장르 간 유기적 전환은 스토리의 속도감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며, 동시에 캐릭터 간의 감정 전개를 부드럽게 연결시킨다. 특히 작중 인물들이 자아를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갈등, 현실과 가상의 충돌에서 오는 정체성 혼란, 그리고 진짜 죽음과 가짜 삶에 대한 존재적 논의는 드라마에 깊은 무게감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는 결코 난해하거나 복잡하게 흘러가지 않으며, 대중성과 서사적 밀도를 동시에 확보한다는 점에서 매우 완성도 높은 구조를 보여준다. 또한 웹툰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이야기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창조해 내는 구조, 즉 ‘메타 내러티브’를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결과적으로 ‘W’는 현대 서사의 확장 가능성과 장르 융합의 성공적인 사례로, 한국 드라마가 얼마나 창의적인 구조를 시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W - 두 세계’는 웹툰과 현실이라는 장르적 설정을 뛰어넘어, 존재와 자아, 운명과 선택이라는 보편적인 인간의 고민을 드라마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창의적인 설정과 감성적 연출, 치밀한 서사는 이 드라마를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철학적 질문을 담은 대중 서사로 승화시켰다. 시청자는 이야기 속 캐릭터를 바라보면서도, 결국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가?” ‘W’는 바로 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드라마다.